나는 어렸을 때부터 점집에 몇 번 가봤었는데 (신점), 한번도 명쾌한 답이나 설명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몇년 전, 우연히 알게된 철학관에 가서 사주를 봤는데
몇마디 말을 나누지 않았을 때부터 엄청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나는 길거리 사주를 보든 점집에 가든 결혼을 늦게 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왜냐고 물으면 "이혼수가 있다"는 대답이 끝이었고,
취업운 같은 경우에도 "대기업은 아니고 규모가 작은데" 라는 게 전부였는데
그냥 넘길 수 있는 말일 수 있지만, "왜" 그런 것인지 나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진 못했던 것이다.
그런 것에 비해 이 선생님은 내가 따로 묻지 않았는데도 설명을 곁들여 주셨었다.
그때 들었던 것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흙 기운이 많다. 이 때는 뭘하든 잘 안된다. 사주 보러가면 결혼 늦게 하라는 말 많이 들었을 거다. 이 시기가 막혀 있어서 그렇다. 인생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가 이렇게 막혀있는게 답답하겠지만 내공을 쌓는다고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 사주에 목(나무) 기운이 약하다. 목(나무)이 상징하는 건 윗사람, 즉 회사, 상사 이런 것인데 목(나무) 기운이 강한 사람은 그만큼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 사주에 흉살이 있다. 옛날 같으면 못에 찔리거나 해서 피 많이 흘리고 죽는 사주인데, 요즘에는 파상풍같은걸로 죽는 사람 없지 않냐. 지금 시대에 흉살이 있으면 평생에 걸쳐 피를 조금씩 나눠 흘린다고 보면 된다. 아마 본인도 모르게 어디 부딪혀서 멍들고 피나고 상처가 많이 남을 것이다. 흉살 때문에 그렇다.
- 말년운이 좋다. 적어도 늙어서 폐지줍고 다닐 일은 없는거다.
대충 이 정도.
뭔가 이러한 설명을 들으면서 납득이 되어서 그런가, 그 이후로는 철학관이든 타로든 신점이든 본 적이 없었다.
오늘까지는ㅎ
힘든 부분은 여러가지 있지만 특히 직장에 대한 고민으로 작년부터 괴로웠는데,
참고 참다가 너무 답답해서 선생님을 다시 찾게 되었다.
그 사이에 선릉으로 이전하셔서 (원래는 명동역이었던걸로 기억)
어제 예약하고, 오늘 퇴근 후 방문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생시를 알려드리면
컴퓨터에서 뭔가를 검색하고 종이에 한자를 막 적으시는데, 내가 1도 알아볼 수는 없다.
컴퓨터에 내가 방문했던 기록이 있었는지, "전에도 온 적이 있으시네요" 하셨다.
나는 한 3-4년 전쯤인 줄 알았는데, 5년이나 되었다고.
시간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몇마디 하다가 곧 설명에 들어가셨다.
큰 틀 먼저 말씀해 주신다고 하고 전반적인 내 사주 설명을 해주셨는데
(당연한 거겠지만) 예전에 들었던 설명과 다른 것은 없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는,
나는 올해에도 여전히 흙 기운이 강한 구간에 있고, 다만 다행인건 올해는 흙도 있지만 금과 물이 함께 있다는 것.
금은 재물 혹은 성과,
물은 관 또는 남편을 뜻하기도 한다고.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올해는 넘기는 게 좋을 것. 번잡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올해는 체력과 몸을 키울 것.
일단 직장의 경우,
목(나무)이 없기 때문에 좋은 상사가 없고
동료운도 없어서 마음의 위안을 얻지 못하고,
배신을 당하게 될 수도 있으니 괜한 호의는 베풀지 않는 게 좋을 것.
열심히 해도 공은 다른 이가 가져갈 수 있고, 괜한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으니 초롱초롱하게 의욕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멍한 눈으로 땅만 보고 다닐 것을 추천. 괜한 책임을 떠앉게 될 수 있으니 대표랑 최대한 마주치지 말 것.
올해에도 이직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으나 새로운 조직에서도 나를 부려먹으려고 데려가는 형국이라 크게 나아지는 것은 없을 것.
내년에는 회사 상황도 좀 더 괜찮아질 것 같고, 내 운도 조금 더 풀리니 지금 회사에서 버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음.
이직운이 좋은 것은 가까이는 2023년, 그 후년도 좋음.
내년에 서쪽으로 이사갈 계획이 있다고 하니,
내 사주에는 물을 보충해주면 좋으므로 이사가는 지역이 괜찮다고.
집을 고를 때도 물가, 하천이 있는 곳이 좋고
예를 들면 층수의 경우도 숫자 1, 6 (물)
4, 9 (금) 이 좋다 (4층, 14층, 11층, 21층 이런 식으로 층과 맞추는 것)
내 사주에서 화(불)가 가장 강한 기운인데, 이게 극단적으로 가는 경우 모든 걸 태워버릴 수가 있지만
내가 태어난 시간이 다행히도 물의 기운을 품고 있어서
이를 활용해서 (관) 직장을 오래 다닐 수도 있고, 아니면 파트너를 만나 사업을 하게될 수도 있다고.
37세 이후로는 직업운 탄탄.
흙의 기운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건 45세 이후. 사주는 앞으로만 가기 때문에 그 구간을 벗어나면 끝.
- 45살이요? 너무 까마득 하네요.. 하니,
5년 금방 지나갔 듯이 길지 않다고.
우문현답.
- 도대채 사주는 어떻게 정해지는건가요? 했더니,
알 수 없다고 하시기에,
- 예를 들어 불교에서는 업보라고 하기도 하잖아요. 하니,
전생이 있는 것 같다고. 예를 들어 오늘이 현생이라면 어제는 전생이 아니겠느냐. 어제까지 해놓은 것을 바탕으로 오늘을 살게되는 것 같다고.
음. 끄덕끄덕 하게 됨.
그래서 하루하루 헛되이 살면 안되는 거겠구나. 다시 한번 느끼고.
인간 뿐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 물고기 등에게도 사주가 있다고.
생년월일, 생시를 알고 풀이를 해보면
강아지가 어떤 주인을 만날지(사람으로 치면 나무(목)의 운 ㅋㅋ) 어떻게 살지(건강) 등을 알 수 있다고.
물론 그 범위는 인간보다 훨씬 작지만.
이런걸 들으면서도, 인간 뿐 아니라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는 모든 생물들은 운명을 갖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또 내 사주에 자식이 많다고.
옛날같으면 다산 했을 거다. 그리고 여럿을 낳아도 다 비슷비슷한 생김새나 성향의 아이를 갖게 되는 사주도 있지만
내 사주의 자식들은 서로서로 다 다르다고. 그래서 낳을 때마다 신기할거다.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결혼 일찍해서 남편을 직업(관)으로 삼았던 옛날 이야기인거고,
내가 아이를 한 명만 낳는다고 치면, 그 하나에 내 자식 사주가 다 들어가서 다사다난 할거라고.
우리 부부는 아주 귀여운 아이를 얻게될거라고 하셨다.
외모도 성격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아주 뛰어나서 어딜가나 사랑받는 아이일거라고.
사주풀이가 전부 정확하진 않을거다.
무엇이든 정해져있다는 운명론적인 해석은, 사람의 노력을 우습게 만드는 것 같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배우는 교훈들은,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 그러니 흐름을 이기려고 하지도 말고, 그 흐름을 타고 함께 가자.
어차피 겪어야 될 일이라면 정공법으로 가자. 옆길 찾지 말고, 회피하지도 말자. 똑바로 마주하자.
이런 것들.
아이를 낳으면 작명 부탁드리겠다는 인사를 끝으로 상담을 마쳤다.
* 중원철학원
010-8910-0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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